김긍수 교수의 발레이야기 Prof Kim's Ballet Story

01. 결혼식 Les Noces
제전처럼 이 1923연도 발레도 보편적인 인간의 의례인 단순한 농부의 결혼식을 그리고 있다. 흥분한 신부, 신랑, 부모와 하객의 무리는 모두 짝짓기 일과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젊은 여자를 가족의 집에서 낯선 이방인의 집으로 보내는 일에 맡겨진 역할을 한다.
니진스키의 발레처럼 이 의례에서도 아무런 감상적인 허식은 없다. 스트라빈스키는 자기 음악이 강하게 종교적이라고 말했지만 니진스카는 자기 주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을 취했으며, 이런 결혼에 흔히 관련된 고통과 공포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그녀가 고집한 무대장식은 암갈색이고 엄격하게 기능적인 것으로, 단순한 벤치와 연단 그리고 칙칙한 흙갈색 의상이었다. 여자들은 뽀엥뜨 슈즈를 신었지만 고전적인, 천상의 아름다움을 용인하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니진스카는 무용수들의 실루엣을 길 게 늘여서 비잔틴 모자이크의 성인 모습을 닮게 만들고 싶어했다. 뽀엥뜨도 과시용으로는 절대 사용되지 않았다. 춤 하나는 신부의 친구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이들은 신부의 길다란 머리를 두 갈로 땋는다. 그녀를 묶어서 새로운 세계에 대비시키는 것이다. 그들의 발이 빠른 부레(bourrees)로 열십자를 그렸을 때는 바닥을 스치는 것이 아니라 격하게 아래쪽으로 찌르는 것처럼 나타났다. 니진스카는 이것이 머리땋은 행동을 획득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지만 많은 사라믈이 눈여겨 보았듯이 그들의 행동은 또한 절박한 성의 입문식에 대한 신부의 고통과 감정의 격렬함을 미리 나타내는 것이다.
제전과 마찬가지로 이 언어는 총칭적이어서 개인의 성격묘사나 묘기에 대한 용인은 없다. 남자와 여자들은 자주 같은 스탭을 춤추는데, 그것은 니진스키의 것처럼 중량이 있고, 각지고, 힘이 있으며, 무용수들은 대개 그룹으로 움직인다. 이 발레의 디자인은 건축적으로 - 하나의 신체들이 선과 형태 보다는 무용수들이 조 단위로 함께 움직여서 만들어내는 피라미드, 작은산, 삼각형, 사각형에 초점을 둔다. 이 구성과 디자인은 이 발레의 혁신적 성격의 일면이며 다른 한 면은 그 이야기체 방식이다. 오빠보다 한 술 더 떴던 니진스카는 감정을 표현할 때 마임에 의지 않고 순수한 무용을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 작품의 드라마는 모두 무용수들이 구성해내는 스텝의 선과 힘 속에 그리고 모양 속에 있다. 온전히 한 덩어리가 된 하객과 연단에 높이 앉아 있는 권위있는 모습의 부모들은 외롭고 미숙한 상태의 신부와 강렬한 대조를 - 가족과 공동체 사회의 무서운 무게를 시사하면서 - 이룬다. 발레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남자무용수들이 그룹을 이루어 요란한 축제를 벌이고 있고, 여자와 노인들은 이들과 거리를 두고 한켠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성과 세대의 분리를 원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신성화된 고요함을 저항키 어려운 리듬과 힘의 믹스시킨 스트라빈스키 곡은 안무가들에게 제전만큼 거의 매력적인 음악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니진스카 작품의 완곡한 부드러움과 위력 그리고 음악의 격렬성을 그렇듯 치밀하고 형식적인 구조 속에 맞춘 그녀의 능력에 비길 만한 해석편은 없다. 안겔린 프렐리요카이의 1989연도 해석은 5쌍의 인물과 5개의 양복점 마네킨을 등장시켰는데, 결혼의식의 정략적 와해를 좀더 현대적이고 뚜렷하게 그렸다. 여기서는 실제의 여자들이 욕망과 불안이 뒤섞인 결혼생활의 끝에서 떨고 있을 때 그 남자들은 여자들이 고분고분하고 만족해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성공하지도 못할 애를 쓰다가 자상하게 살펴주고 다소곳하고 무구한 마네킨의 품속으로 기꺼이 후퇴한다.

03. 교향적 변주 Symphonic Variations
애쉬튼은 이 1946년 발레가 보여주는 것처럼 엄밀할 수도 검소할 수도 있었다. 이것은 새들러스 웰스 발레단이 큰 무대를 가진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로 옮기고 난 후 그가 만든 첫 작품으로 그 무대는 무용을 충분히 소화해낼 만한 공간이었다. 보통의 그리스식 튜니카를 입은 6명의 무용수들이 이상의 샘에 사는 엣 올림푸스 산의 신들처럼 맑은 초록빛에 물든 배경막을 뒤로 하고 배치됐다. 그들은 세자르 프랑크의 음악에 맞취 길고 깨끗한 동작의 실타래를 헤쳐 나가거나 또는 그냥 멈춰 서서 음악이 주변을 소용돌이 치게 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낮게 들어올려 무대 위는 길다란 곡선이 그려졌다. 무용수들은 두 명과 세 명이 팔다리를 얽어 눈데 익은 조각상 모습으로 만들었다. 무용수들은 엄숙하리만치 정적을 유지하면서도 폭발력이 집중될 때는 빠른 타력의 점프를 했다. 휴지기에는 자주 가만히 서서 상체를 옆으로 곡선을 그리고, 한쪽팔은 머리 위로 뻗고 다른 쪽 팔은 몸 위로 비스듬히 해서 두 개의 평행선을 만들었다. 이것은 19세기 발레 동작만큼 고전적으로 순순한 형태였지만 전통적 표현에 나타났던 어떠한 자세와도 같지 않은 것이었다.
이 발레는 줄거리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집중력과 명확도는 무용수에게서 초월감을 요구했다. 그들은 마치 그 동작이 그들의 특별한 천성인 양 춤춰야 했고, 그 장소가 더할 나위 없이 가장 편한 곳처럼 보이게 해야 했다. 앤트와넷 시블 리는 그것을 가리켜, 천국이 그래야 할 거예요. 그것은 성취감, 평화, 행복, 아름다움이지요. 추상적이 아닙니다. 동작도 아니고요. 인간, 평범이 아닌, 또 다른 아름다움과 모든 것에 대한 도취입니다 라고 했다.
교향적 변주의 아름다움과 그 밖의 플롯없는 작품에도 불구하고 애쉬튼은 설화체 발레와 인물표현의 수단이 되는 스텝 개발 능력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05. 그린 테이블 The Green Table
독일 출신의 무용가 쿠르트 요스(1901~1979)가 대본과 안무, 그리고 주역을 맡아 이름을 떨친 반전(反戰) 발레.
음악 : 프리츠 코엔
대본 : 쿠르트 요스
초연안무 : 쿠르트 요스
초연시기 및 장소 : 1932년 9월, 파리 요스발레단
1932년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 무용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받음으로써 요스 발레단은 국제무대에서 확고한 지위를 굳히게 되었다.
젊은 요스는 중세에 있었던 죽음의 춤을 주제로 한 모던 댄스를 구상하여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이 발레를 만들고 있던 무렵,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진행되고 있던 민중선동 정치, 히틀러주의의 대두, 세계를 파괴한 또다른 전쟁 위협과 같은 환경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하여 요스는 밝은 주제와 현대의 풍조를 합치한, 그의 생애 최고의 걸작품을 짧은 시간에 완성하였다.
이 작품에서는 죽음이 중심적인 테마이자 죽음 자체가 주역이다. 막이 오르면 이 발레의 무서운 결론을 암시하는 충격적인 피아노의 서곡이 귀아프게 연주된다. 직사각형의 녹색 탁자 양편에 의견을 달리하는 마스크를 쓴 모닝코트 차림의 외교관이 6명씩 편을 갈라 언쟁을 해가며 회의를 한다. 그리고 회의는 결렬되어 외교관들은 권총을 빼어들고 허공에다 총을 쏜다. 장면은 전쟁을 암시하며 어두워진다.
다음 무대에는 해골 가면을 쓴 죽음이 등장한다. 죽음은 젊은 연인, 용감한 영웅들에게 찾아오고 녹색 탁자에서 외교문제로 입씨름을 하고 파국을 일으킨 늙은이들에 의해 싸움터로 보내진 남자들에게도 찾아온다. 가면을 쓴 외교관들이 불러일으킨 전쟁은, 그 틈새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모리배에게도 용서없이 찾아온다. 그 많은 시체 틈에서 다만 죽음만이 춤을 추며 승리감에 취해 있는 가운데 막이 어두워진다.
장면은 다시 녹색 탁자의 회의장으로 바뀐다. 외교관들은 냉소적이고 우스운 몸짓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회의를 묘사한다.
요스는 슈투트가르트의 음악학교와 연주학교를 수료하고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에게 무용을 배웠다. 그 뒤 많은 무용을 창작하였고그린 테이블이 성공한 후로는 요스 발레단을 이끌고 유럽 각국을 순연하였다. 1934년에는 나치를 피하여 영국에 망명, 이로부터 15년간 독일에 돌아가지 않고 주로 영국과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였다.

06. 나폴리 Napoli
덴마크 발레의 대표적인 작품.3막.
음악 : 폴리 ·헬스테드 ·가데 등 3인의 작곡가가 각기 1막씩 작곡
초연안무 : A.부르농빌레
초연시기 및 장소 : 1842년 코펜하겐 왕립가극장
폴리 ·헬스테드 ·가데 등 3인의 작곡가가 각기 1막씩 작곡하고, A.부르농빌레의 안무로 1842년 코펜하겐 왕립가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나폴리에 사는 어부 겐나로는 신부(新婦) 테레시나를 폭풍의 바다에서 잃어버리는데, 애정과 신앙으로써 그녀를 구조해 낸다는 줄거리이다. 로맨틱 발레의 대표작으로서 부르농빌레의 걸작의 하나이다. 1954년 랜더가 1막 8장으로 개작하였다.

07. 덧없는 사랑 Mayerling
이따금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는 왕실의 사랑이야기는 세계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해피엔딩보다는 비극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속에는 또 다른 황태자의 슬픈 사랑이 있다.
1889년 1월30일 새벽, 빈 근교의 별장에서 연인인 마리 베세라를 죽이고 권총으로 자살한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제국의 루돌프 황태자의 사랑이야기다.
이 사건은 안무가인 맥밀런의 요청에 의해 소설가 질리안 프리망이 천박한 로맨티시즘을 배제하고,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대본으로 그려 냈다. 그것이 바로 덧없는 사랑(Mayerling)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말 오스트리아를 무대로 황태자 루돌프 요제프의 결혼을 둘러 싼 8년간의 인생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3막11장으로 구성한 초대작 비극 발레이다. 프란츠 리스트 음악과 케네스 맥밀런의 안무로 1978년 영국의 로열발레단에 의해 초연됐다.
막이 오르면 차가운 비가 내리는 하이리겐브르츠 묘지에 마리의 관이 안장된다. 그리고 무대는 8년 전 루돌프 황태자의 결혼을 축하하는 무도회 장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서 루돌프는 자신의 옛사랑인 라리시 백작부인과 베세라 남작부인, 그리고 남작의 딸인 마리를 만난다. 백작 부인은 루돌프와 예전의 관계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를 안 루돌프의 아버지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엘리자베스 황후는 두 사람을 갈라 놓는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루돌프는 주막 앞에서 우연히 만난 라리시 백작부인으로부터 마리를 소개받는다. 며칠 후 마리는 몰래 궁으로 들어와 루돌프를 만난다. 당시 루돌프는 수렵장에서 발생한 권총 오발 사건과 황후와의 갈등으로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었다. 루돌프는 마리에게 “함께 죽고 싶다”고 말한다.
루돌프는 별장에서 마리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스스로 모르핀을 주사하고 마리를 침실로 데려간다. 이 때 보여지는 두 사람의 파드되(2인무)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그리고 갑자기 한발의 총소리가 정적을 깬다. 이어 루돌프는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댄다. 어스름한 새벽, 비 내리는 하이리겐브르츠의 묘지에 마리의 시체가 매장되면서 막이 내린다. 단 14일 동안 황태자의 애인이었던 17세의 마리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렸던 영국의 조지8세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맥밀런의 절묘한 안무로 엄격한 궁중생활과 복잡한 정치속에서 퇴폐적으로 살았던 중년의 불행한 황태자의 심경을 훌륭히 표현해 냈다.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무용과 마임으로 소개되는 여러 가지 인간관계와 귀족사회의 생활상이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이 발레는 지극히 회화적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전개에 있어서도 상당히 영화적이다.
이 작품은 인간에게 주어지는 사회적·인위적 억압과 그로 인한 갈등과 인간의 삶과 사랑을 다시 한번 깨우쳐 준다.

11. 라일락 가든 Jardin aux lilas
이 발레는 1936년 만들어졌으며, 최신 연극에 대한 튜더의 관심이 그중에서도 특히 의식의 흐름 기법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되고 유진 오닐의 희곡 이상한 간주곡(Strange Interlude)이 반영된 것이었다. 발레의 이야기는 한 여자 캐롤라인을 중심으로 해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약혼을 한 그녀는 가든 파티에서 진정한 사랑과 마지막 정열적인 만남을 갖는다. 그녀 친구는 이 만남을 막아보려 하고, 마찬가지로 캐롤라인의 소유욕 강한 약혼자 역시 정부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한다. 이런 일련의 짧은 만남속에서 튜더는 관습과 욕망, 자유와 필요, 사랑과 구속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약혼한 쌍은 서로 손을 맞부딪치는 것에 불과한 대무, 꼿꼿이 세운 몸 등 극도의 예의 바른 태도로 함께 춤춘다. 캐롤라인은 연인과 단 둘이 되자 그에게 매달린다. 그들은 남에게 들키지 않도록 살피기 위해 고개를 살그머니 돌리면서 맹렬한 돌입 자세로 함께 걷는다. 둘이서 함깨 춤출 때 그녀의 몸은 정열적인 곡선을 그린다. 약혼자의 정부는 버려진 것에 화를 낸다. 그리고 한 시점에서 약혼자의 품속으로 반복해서 점프하는데 그녀는 여전히 사랑하는 그 남자에게 말 그대로 몸을 내던진다. 그런 사이에 친구 무리는 두 쌍의 남녀들 사이를 넘나들면서 악의에 찬 소문에 정확하게 어울리는 리듬을 가진 너울대며 물결치는 3박자로 춤을 춘다.
발레의 끝이 가까워지면서 캐롤라인과 그 연인은 약혼자와 정부를 만난다. 약혼자가 캐롤라인을 나꿔채고 그녀에게 입맞추려고 다가서자 그녀가 기절해 버리고 무대는 모든 것이 정지된다. 일종의 혼의 체외 유리 현상이 일어나 캐롤라인은 사람들에게 절망적인 시선을 던지며 그들 사이를 방황하다가 기절한 자리로 돌아간다. 그때부터 발레는 불가피하게 냉혹한 결말로 미끄러진다. 캐롤라인은 연인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고, 약혼자는 그녀 어깨에 외투를 걸쳐줌으로써 그녀를 되찾는다. 그런 다음 그녀가 연인을 향해 마지막으로 팔을 내밀자 약혼자가 그녀의 팔을 꽉 잡아 차갑게 그녀의 몸 쪽으로 되돌려 놓는다.
때로 이 발레의 드라마는 억압과 거부라는 거의 눈에 안보이는 언어로 전달된다. 최초의 제작편에서 캐롤라인을 춤추었던 모드 로이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느끼고 있는 것을 전달해야 했어요....가장 적은 제스쳐로 이 한풀 죽인 감정을 해내야 됐어요....볼 수는 없어도 무대 위에서 사람들 근육이 긴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끔은 큰 소리 치고 싶은 사람한테 뒷모습으로 감정을 나타내야 하거든요.
그녀와 동시대 사람이며 미국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애그니스 드 밀은 작은 한숨이나 반쯤 들 리는 탄식처럼 팔동작의 포옹과 섬세함, 희미한 문지르기....등은 고작 장식이 아니라 영혼의 환기이고 메아리이며.... 각 동작은 의심과 후회와 열망에 휘감겨 있고 마침내는 무용수들이 문자 그대로 인간의 마음을 통해 움직이려는 듯이 보인다.
이 발레는 에드워드(특히 7세)시대의 영국이 배경이며, 가장 혁신적인 움직임은 이런 평범한 일을 고전주의 무용의 틀 속에다 그린 것이었다. 고전주의 무용은 보통 환상의 언어로 여겨졌었고, 반면에 새로운 모던댄스는 리얼리즘에 적당한 도구로 간주돼었다. 초켑 연인역을 맡았던 휴레잉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은 머리를 쥐어 뜯거나 무릎을 끊고 있지 않았고, 그것은 모두 무의미하다. 그들은 상류층이나 중하류층의 고상한 사람들처럼 점잖게 행동하고 있었으며, 마술은 왕자나 공주같은 식이 아니었다. 그것도 모두 고전주의 동작이다. 어떠한 현대적인 동작도 없다. 그것은 모두 글리싸드요, 아라베스크요, 아띠뛰드다.

14. 로데오 Rodeo
미국의 무용가 아그네스 더밀이 안무한 2막 발레.
음악 : 에어런 코플런드(Aaron Copland)
초연안무 : 아그네스 더밀(Agnes de Mille)
초연시기 및 장소 : 1942년 10월, 뉴욕, 몬테카를로 러시아발레단
A.더밀이 국제적인 무용 단체인 몬테카를로 러시아 발레단을 위해 만들었으며, A.코플런드의 장대한 음악을 배경으로 가장 미국적인 정서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로데오는 댄스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다. 이로써 더밀은 위대한 댄서, 또는 재능이 뛰어난 안무겄서의 발판을 굳히고, 다시 그녀의 명성은 무용의 세계를 훨씬 뛰어넘어 펼쳐치게 되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그녀는 뮤지컬오클라호마의 안무를 맡아 무대의 역사를 바꾸었으며, 발레의 무대에 댄스를 채택함으로써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냈다. 로데오의 성공은 공연 첫날밤 커튼콜을 22회나 받았다는 사실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제1막은, 밴트 목장의 울타리를 배경으로 로데오에 참가한 카우보이들이 모여 있다. 그들 사이에 카우걸을 지망하는 목장의 소녀가 카우보이 차림을 하고 애써 남자와 같은 몸짓을 하고 있지만, 카우보이들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아한 옷차림을 한 아가씨들에게 눈을 판다. 카우걸은 로데오 경기에서도 보기 좋게 실패하고, 그녀가 마음을 주고 있는 카우보이 보스는 다른 아가씨와 짝을 이룬다. 그녀는 자신이 카우보이로서도 실격자이고 여자로서도 최저라고 자탄하면서 홀로 춤을 춘다.
제2막은, 여러 남녀 커플이 재즈 음악에 맞추어 탭댄스를 추거나 속삭이면서 즐기고, 카우걸은 홀로 벤치에 앉아 이를 지켜본다. 이때 그녀를 측은하게 여긴 줄던지기 챔피언이 그녀에게 다가가 위로하지만, 카우보이 보스가 다른 아가씨와 함께 오는 것을 보고 뛰쳐나간다. 얼마 후 카우걸은 산뜻한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나 줄던지기 챔피언과 춤을 추고, 카우보이 보스는 그녀의 변신에 놀라 그녀를 차지하려 하다가 두 카우보이는 싸움을 벌인다. 카우걸은 자기가 사랑하는 것은 줄던지기 챔피언이라는 것을 깨닫고 두 사람은 행복한 눈짓을 나눈다.
이 발레는 처음부터 액션의 연속이다. 모두 댄스로 이루어진 댄스에 의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내용상으로는 건강하고 행복한 서부 생활의 에피소드를 밝고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일말의 애감(哀感)을 담아 훌륭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안무를 맡은 더밀은 영국에서 발레 공부를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1940년검은 축제 등의 모던 발레를 창작하고 1943년오클라호마의 안무를 맡아 뮤지컬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등 여러 영화의 안무도 맡았고, 자서전어느 발레리나의 이야기도 남겼다.

16. 마거리트와 아먼드 Margurite And Armand
완고한 인습 때문에 비극으로 끝나버릴 뻔한 연인들의 전원적인 사랑을 가장 극적으로 다룬 발레.
음악 :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대본 : 프레드릭 애슈턴(Fredrick Ashton)
초연안무 : 프레드릭 애슈턴
초연시기, 장소 : 1963년, 장소 불명
이 발레를 위한 음악을 찾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마이너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자 가장 적절한 곡으로 판단해 이를 채택했다. 마거리트는 죽음을 앞두고 긴 의자에 앉아 지난날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그녀의 주위에는 구혼하는 남성들이 둘러서 있고, 그들 가운데는 현재의 후원자인 공작도 함께 있다. 애타게 기다리던 아먼드가 들어서자 마거리트는 지체없이 그에게로 다가간다.
두 번째 장면은 마거리트의 시골집이 배경이다. 그곳에서 연인들은 행복을 만끽하면서 춤을 춘다. 마거리트는 아먼드와 함께 필사적으로 비극의 춤을 춘다. 그들의 춤이 끝났을 때, 그녀는 잠시 그의 무릎에 의지해 있는데 갑자기 아먼드는 당황할 정도로 그녀에게서 물러나 달려 나간다.
다음 장면에서 마거리트는 가운을 걸치고는 있지만 건강이 나쁜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아직도 마거리트가 배반한 이유를 모르는 아먼드는 그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낚아 채 바닥에 팽개친다. 굴욕감에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마거리트를 아먼드가 겄막는다.그리고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손에 가득 쥔 돈을 그녀의 얼굴에 뿌리고 떠난다.이제 마거리트에게 위안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지막 장면의 마거리트는 거의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는데, 마침내 아먼드가 달려 와 마거리트를 힘차게 껴안는다.
애슈턴은 마거리트역에 폰테인(Fonteyn), 아먼드역에 누레예프(Nureyev)를 배역, 비록 공연 첫날 대성공은 거두지 못했으나, 비극적인 낭만의 정열을 철저히 묘사해, 두 사람의 결합을 통한 표현수단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9. 바로크 협주곡 Concerto Barocco
이 1941년 발레에서는 예를 들면 여성 독무가 두 명이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콘체르토 제1악장에서 두 대의 솔로 바이올린 역을 맡아하면서 두 개의 멜로디 선율처럼 서로 합해지고 분리되고 한다. 후반부에 들어가서는 제2바이올린의 좀더 침울하고 깊은 멜로디가 제1바이올린의 밑에서 연주되며, 여성 하나는 그에 상당하는 남성으로 교체되어 그가 발레리나를 써포트하고 포옹한다.
구체적인 무용 이미지 역시 직접적으로 음악과 부합하는데, 에드윈 덴비는 일찍이 씌어졌던 무용 평론 중 가장 유명한 구절 가운데 하나로 이것을 묘사했다.
폭풍이 강타하기 전 바람 속의 나무들 모습을 시사해주는 군무단을 배경으로 한(아다지오 동작의) 클라이맥스에서 사지를 힘있게 펼친 발레리나를 남성 파트너가 들어올리는데, 더 높이 더 높이 호를 좁히면서 반복해서 들어올린다. 그런 다음 그녀가 최고도의 높이에 이른 정점의 프레이즈에서 그는 매우 천천히 그녀를 내린다. 우리는 그녀의 몸이 서서히 내려와서 발과 다리가 뻣뻣이 아래를 향하다가 발곯이 바닥에 닿고 마침내 그녀는 전 체중을 그 단 하나의 예리한 지점에 실은 다음 정지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것은 상처속으로 향하는 의도적이고 강력한 돌입의 순간의 효과이며, 그 감정은 음악의 강세에 이상하게 답한다.

21. 봄의 제전 The Rite of Spring
목신에 대한 비평은 지금 돌이켜볼 때 1913년 발레 봄의 제전 (원래의 프랑스어 제목은 Le Sacre du printemps)이 야기한 격정에 비교해보면 니진스키에게는 부드럽게 보였을 것이다. 스트라빈스키와 공조한 이 대작은 그 소리와 음악에서 격력하고 불안한 원시주의를 속까지 들여다보았고 동시에 20세기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창조했다. 그 초연으로 인해 발생된 스캔들은 용기있는 전위예술까들 대 아둔한 속물이 벌이는 모든 전투의 귀감이 되었고, 그 초연장에서지지자들과 공격자들이 공공연히 싸운 소동에 대해서 우리는 거의 부럽게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웃음과 고함, 휘파람 소리에 밀쳐대는 와중에서 누군가가 라벨이라고 불렀던 객석에 있던 그를 옆에 있던 멋지게 차려입은 여자가 더러운 유태인이라며 따귀를 갈겼고, 각양각색의 시끄러운 재사들은 그 발레를 봄의 대학살로 제목을 바꿔 버렸으며 어떤 이들은 의사와 치과의사를 부르기도 했다.
이 발레의 시나리오는 목신만큼 원형적이었지만 이교도들이 풍년제를 축하하고 그 클라이맥스에서 제몰로 바쳐진 처녀가 줄을 때까지 춤춘다. 이번에는 러시아 민속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스트라빈스키는 곡의 일부를 러시아 전통 멜로디로 바꿔놓는 등 도저히 예측 불허의 식으로 박자를 맞출 수 없었다. 달크로즈의 리듬에 의한 동작 운동을 훈련 받은 마리 램버트가 이 곡 파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불려 왔으며, 그후부터 리드미치카라는 별명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스트라빈스키는 또한 오케스트라가 다른 종류의 악기들처럼 소리나게 시켰다. 니진스키 일대기의 작가 리처드 버클의 표현에 의하면 금관악기의 비명소리, 푸드득하고 혀차는 소리를 내는 플륫, 튜바에서 나는 거치를 고동, 제각기 다른 리듬으로 연주되는 악기 등 이 연주자들의 소리 때문에 현악기와 목관악기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극단적인 음역을 사용했다고 한다. 색채는 번쩍이고 리듬은 겹치는 이 음악의 마구 취저어 대는 거대한 파괴력은 이 작품이 과거으 에덴동산에 대한 어떤 향수어린 시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그것은 인생의 야만성, 종족의 잔인성, 자연의 힘에 대한 개인의 굴종을 나타낸 것이었다.
이 발레의 등장인물은 적당히 총칭적인데, 부족의 일원들은 그냥 선조들 또는 동정녀들로 되어 있으며, 이들을 위해 니진스키가 창조한 언어는 고전주의 법칙에 대한 공격처럼 보였다. 다리는 너무 안쪽으로 턴인돼서 발이 안짱다리 모양이 됐고, 무용수들이 점프할 때는 바닥에서 발이 거의 떨어지는 것같지도 않아 보였다. 에너지는 외곽으로 방사되는 대신 안으로 응축되어서 몸은 떨렸고 제스쳐는 무겁고 거칠었다. 이 발레의 가장 열렬한지지자였으며 가장 상세한 증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프랑스 작가 자끄 리비에르는 이렇게 말했다. 육체는 더 이상 영혼에 대한 탈출 수단이 아니다. 반대로 영혼의 주변에서 자신을 모으고 거두어 들인다. 그것은 자신의 외부로 향한 공격을 억누르고....육체와 이어지므로 영혼은 단지 물질이 된다.
니진스키는 무용수들을 각기 다른 리듬으로 춤추는 소그룹들로 구성해서 몇몇은 원을 그리며 달리고, 다른 이들은 집단으로 점프를 했다. 그들은 19세기 후반 발레의 고요한 확실성에서 멀리 떨어진 맹목의 집단적인 긴급함이 불을 붙여준 듯이 보였다.
니진스키의 제전은 단지 13회 공연을 가졌지만 스트라빈스키 곡은 안무가들로부터 계속해서 성스러운 교본의 위치를 얻었다. 상당수의 많은 무용들이 이 곡에 맞춰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는 한 여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몰리사 펜리의 작품이 1988년에 만들어졌고, 원곡을 펑크락과 병치시켰으며 두드러지게 놀랍도록 사나운 동작이 스트라빈스키에게 현대 락음악의 긴급성과 관행을 주었던 마이클 클라크의 믐(Mmm, 1992)도 있다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고전예술의 형식을 타파하고 관객의 감수성에 충격을 준 20세기의 새로운 형식의 예술을 모더니즘(Modernism)이라고 한다. 이는 정치에 있어 혁명에 해당하는 큰 흐름이었다.
발레에 있어서도 이같은 혁명의 한 장을 장식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이다. 이 작품은 1913년 5월29일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음악에 바슬라프 니진스키 안무로 디아길레프 러시아 발레단에 의해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제1막은 봄의 찬겄 초목과 꽃으로 뒤덮인 대지에서 환희에 찬 사람들이 춤을 추며 미래를 기원한다. 제2막은 신비한 유희를 행하고 있는 처녀들 중 한 처녀가 위대한 태양신 야리로에게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간택되고, 나머지 처녀들은 간택된 처녀를 축하하며 조상들을 불러내어 위엄있는 증인으로서 희생의식을 지켜보는 것으로 진행된다.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를 가르며 펼쳐지는 생명의 시(詩). 그러한 봄을 찬미하는 이교(異敎)의 양식, 제물로 간택된 처녀의 성스러운 춤, 영생을 위해 선택된 자의 죽음 등과 같은 혁명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안무였다. 새롭다못해 파격적인 형식을 만들어 내야만 했던 것이다. 디아길레프는 목신의 오후를 안무했던 니진스키를 적임자로 보았다. 니진스키의 안무는 합리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포킨의 안무와는 달리 몸의 각 부분을 따로따로 움직여야 했고, 그 동작도 매우 복잡했다. 또 음악의 템포도 까다로워 작곡자와 잦은 충돌을 빚기 일쑤였다. 그러나 관객들에게는 큰 충격과 흥분을 안겨주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후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의 결별로 인해 이 작품은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봄의 제전이 부활한 것은 1920년 레오니드 마신에 의해서였다. 이후 여러 안무가들에 의해 변신을 거듭해 왔다.
1959년 모리스 장 베자르 안무의 봄의 제전에서는 사슴의 발정하는 모습을 통해 성교를 암시, 관객을 몹시 놀라게 했다. 이는 사랑을 로맨틱한 사랑이 아닌 폭력적인 성을 묘사했다. 생명과 종족 보존을 위한 충동적인 동작은 놀랍게도 음악과 잘 맞아 떨어졌다.
이에 비해 피나 바우시의 작품에는 인간만이 지닌 우매함과 잔혹함이 녹아 있다. 제물로 간택된 여인은 영원한 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남자들의 욕망을 위해 희생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스트라빈스키의 구상에 충실했던 사람은 바로 마사 그레이엄. 봄의 희생이야기를 정확하게 묘사하면서 동시에 밀도 있고 완성도 높은 양식을 보여주었다.(1984년) 그러나 표현에 있어 원래의 이야기를 무용을 통해 충실하게 전달하는 접근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어찌보면 시대착오적인 산물로 볼 수도 있다.
한편 1979년 버클리 대학원생인 마리센트 허드슨에 의해 복원된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은 기법이나 스타일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무용관, 즉 신체관이 이전과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이렇듯 봄의 제전은 초연 당시부터 하나의 센세이션을 불러왔고, 지금까지 세계적인 안무가들로부터 재창조를 위한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21세기에는 어떤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될지 기대된다.

23. 빈사의 백조
이 작품은 미하일 포킨의 안무로 1707년 12월22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극장에서 초연됐다.일반적으로 빈사의 백조 하면 안나 파블로바(Anna pavlova)를 떠올리곤 한다. 이는 당시 안무가였던 포킨이 동물의 사육제 가운데 백조의 테마곡을 만돌린으로 연주하는 것을 듣다가 영감을 얻어, 무용수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작품을 안무했다는 일화 때문이다.
생상스는 원래 동물의 사육제를 소품으로 14곡을 작곡했는데 당시 첼로 독주곡인 백조만이 무용곡으로 유명해졌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후에 안무가들에 의해 전곡이 안무되어 동물의 사육제라는 제목으로 공연되었는데, 페스티벌이나 야외 공연 등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무대에서 동물들의 움직임과 해학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빈사의 백조가 지니고 있는 스토리는 무척 간단하다.죽음에 이른 백조가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다가 결국 쓸쓸히 죽어간다는 내용이 2분간의 춤을 통해 처절하게 표현된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포킨이 이 작품에서 사용한 스텝은 마루를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부레(bourre)뿐이라는 점이다.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백조의 움직임은 죽음의 포로가 되어 이제는 더 이상 날 수 없는 깊은 절망감을 완벽하게 표현해야 한다.
무용수는 팔과 발의 동작을 통해 각각 작품의 멜로디와 반주를 표현한다.다 죽어가는 백조가 생명에 대해 보이는 원초적 본능은 손과 팔을 통한 날개의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발레리나에게는 테크닉은 물론 연기력 역시 최고 수준의 기대치가 요구된다.
한때 파블로바에게서 넘쳐나는 생생한 연기력은 하나의 전설이 되어버려, 그녀를 뛰어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마르코바, 울라노바, 크라소프스카야, 마카르바 등이 이에 도전했다. 파블로바의 백조가 애절함 을 표현했다면, 울라노바는 품위 있는 백조를, 프리체스카야는 생명력 있는 백조를 보여주는 등 저마다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자신만의 빈사의 백조를 새롭게 창조해 낸 것이다.
또한 발레리나 의상인 튜튜도 차이를 보인다.파블로바는 하얀 깃털을 붙이고 가슴에는 피로 물든 듯 보이는 진홍빛 루비를 장식하여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반해 이후의 무용수들은 보다 심플한 백색 의상을 선호했다.
여성 프리마 발레리나 솔로 춤인 이 작품은 무덥고 지루한 한여름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야외공연 무대에 어울린다. 한 마리의 백조가 물 위를 나는 것처럼 보일 때 느껴지는 시원한 청량감으로, 무더운 여름을 시원스럽게 보낼 수 있는 훌륭한 동반자와 같은 작품이다.

24. 삼각모자 The Three-Control Hat
마신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플라멩코(스페인의 집시 춤)를 포함해 스페인 문화를 클래식 발레에 접목시킨 작품.
음악 : 마누엘 드 파야(Manuel de Falla)
대본 : 레오니드 마신(Leonide Massine)
초연안무 : 레오니드 마신
초연시기 및 장소 : 1919년, 런던 알함브라 극장
작은 마을의 물레방앗간 집에 금실이 좋은 부부가 살고 있다. 그의 아내에게 추파를 던지는 멋진 사내를 남편이 쫓아버린다.그리고 권위의 상징인 삼각모자를 쓴 시장이 등장한다. 그는 한눈에 방앗간 집 여주인에게 반해 어떻게든 차지하려고 한다. 방앗간 집 남자는 집안으로 들어가고 그의 아내는 판당고(Fandango)를 춘다. 방앗간 집 사내는 그들에게 술을 대접하고 파루카(Faruca)를 추어 마을 사람들을 흥겹게 한다. 그러나 이때 시장이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나 방앗간 집사내를 잡아간다. 시장은 홀로 남은 방앗간 집 여주인에게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이를 한마디로 거절하고 그를 냇물에밀어버린다. 그리고 시장만 남겨둔 채 몸을 피한다.혼자 남은 시장은 방앗간집남자의 옷을 걸치고 잠들어 버린다. 새벽녘에도망쳐 나온 방앗간 집 남자는 아내가 바람을 핀 줄로 오해하지만 두 사람은 곧 화해하고 그곳을 떠난다. 얼마 뒤 돌아온 부부는 마을 사람들에게 시장의 비행을 폭로해 마을 사람들이 시장을 내쫓는다. 이 발레는 마신의 딸 타냐 마신이 조프레발레단에서 부활시켜 재연했다. 스페인 구립발레단의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데, 여기에서는 발레가 아니라 플라멩코로 공연된다.

25. 석화 The Stone Flower
우랄의 다섯 개의 민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든 3막의 발레 작품.
음악 :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cofiev)
대본 : 레오니드 라브로프스키(Leonid Lavrovsky)
초연안무 : 유리 그리고로비치(Yuri Grigorovich)
초연시기 및 장소 : 1957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이 작품은 다소 정치적, 미학적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집시와 마을 장면에서 그리고로비치가 무용수를 다루는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러시아 우랄의 민요를 테마로 한 발레이다.
[제1막] 막이 오르자 석공 세공사 다닐라(Danila)가 석화를 연상케 하는 꽃병을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생화 앞에서 석화와의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깨닫고 실망한다. 그리고 무대는 연인 카테리나(Katerina)와의 약혼 피로회장으로 바뀐다. 파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영주의 부하가 다닐라가 만든 석화를 빼앗으려고 한다.
1막이 끝날 무렵 다닐라는 불완전한 석화를 부수고 새것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에 이끌려 산으로 간다. 그때 그를 기다리고 있던 코퍼산의 여왕은 지하왕국으로의 길을 열어 보인다.
[제2막〕카테리나가 오두막집에서 다닐라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또다시 영주가 다가오자 이를 물리친다. 다닐라는 여전히 코퍼산의 여왕이 보여준 작품에 사로잡혀 있고, 카테리나는 다닐라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길을 잃은 카테리나를 모닥불에서 나온 불의 요정이 도와준다.
[제3막〕코퍼산에서 다닐라는 드디어 석화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코퍼산의 여왕은 자기 곁에서 떠나지 말도록 설득하지만 다닐라에게는 오직 카테리나만이 있을 뿐이다. 여왕은 다닐라를 벌하려고 지하 깊숙한 곳에 가둬버린다.이때 불의 요정의 인도로 도착한 카테리나가 싸움의 듀엣을 춘다. 여왕도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당당하게 싸우지만 차가운 돌의 힘으로는 인간의 사랑을 이길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여왕은 다닐라를 풀어주고 다닐라와 카테리나는 마을로 돌아가 마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환희의 춤을 춘다.
이 작품의 공연에서는 천사처럼 우아하고 놀라운 테크닉을 지닌 유리 솔로비오프가 다닐라역을 맡았고 카테리나역은 알라 시조바가 맡았는데 서방 세계에서는 그다지 평이 좋지 않았다.

26. 선구자 Harbinger
음악 :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ri Prokofiev)
대본 : 엘리엇 펠드(Eliot Feld)
초연안무 : 엘리엇펠드
초연시기 및 장소 : 1967, 장소 불명
일관성이 없는 고전주의속에서 음악적 감정의 근원을 발견한 펠드가 재즈의현대적이고도 즉흥적인 변화의 요소를 능숙하게 혼합, 조화시키면서 발레의 특성을 살린 현대 무용 작품이다.
제1악장 알레그로브리오(Allegro Brio)에는 솔로가 있고, 이는 홀로 있기 때문에 환상을 갖는 경험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 내면의 독백은 몸의 신축을 통해서 드러낸다. 그 남성의 둘레를 돌며 춤을 추는 여섯 명의 여인들은 그 남성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표출하게 한다.
제2악장 행진곡풍의 모데라토(Moderato)는 한 커플의 남녀 사이를 추적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마지막에 여인은 남자의 품에 아기처럼 안긴다.
제3악장 토카타 알레그로콘푸오코(Allegro con Fuoco)는 격렬하고 울적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주역들의 패턴은 일곱 명의 댄서에 의해 헤어짐과 모임이 되풀이된다. 이 부분은 모두 뒤섞인 군중들이 붉게 타오르는 호박색 조명 아래 서서히 고개를 들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종결된다.
제4악장 라르게토(Larghetto)는 경쟁에 관한 내용인데, 두 남자와 한 여인이 복잡한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오프닝 솔로의 늘이고 줄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능숙한 조화는 마지막 단락 비보(Vivo)에 이르러 집중적으로 증폭된다. 전체 작품을 통해서 펼쳐지는 각 악장의 테마들은 마지막 순간 여인들이 남자들의 품에 안기면서 일시 멎을 때까지 독창적인 구조의 배치 가운데 지속적으로 되풀이된다.
펠드작품의 우수성과 이를 공연하는 댄서들의 우수성으로 인해서 예술적 명성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선구자는 우리 시대의 뛰어난 안무의 대가에 의한 수작이다.

27. 세레나데 Serenade
보통 세레나데(serenade)라고 하면 우리는 영화나 연극에서, 으스름해 지는 창 밑에서 자신의 연인을 위해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익숙한 장면 하나를 연상한다.
음악적 용어로 세레나데는 이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흠뻑 젖게 해주는 노래를 가리킨다.
발레에 있어서도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음악 내면에 담겨 있는 무언의 드라마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작품이 있는데 우리는 망설임 없이 발란신의 세레나데를 꼽는다.
이 작품은 차이코프스키 음악에 조오지 발란신의 안무로 1934년 6월10일 스쿨오브아메리칸 발레(SAB)의 학생들에 의해 초연됐다.
디아길레프의 죽음으로 발레루스가 해산되고, 일자리를 잃었던 발란신은 미국에서 발레를 육성해 보고자 하는 꿈을 가진 거부(巨富) 링컨 컨스타인의 초청으로 대서양을 건넜다.
그리고 29세의 젊은 안무가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계획한 일은 바로 발레학교의 설립이었다.
1934년 1월 뉴욕에서 처음 문을 연 발란신의 발레학교에서 수업용으로 안무된 세레나데는 발란신이 미국에서 미국무용을 위해 창작한 첫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컨스타인과 함께 발란신에 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펠릭스 위버그의 뉴욕 화이트 플레인 저택에서 초연됐다.
막이 열리면 열명 남짓의 여자무용수들이 정연하게 줄지어 서 있다.
이들은 발레에서는 보기 드물게 손 끝을 구부리고 발꿈치를 나란히 모으는 6번 자세(Parallel Position)의 정지 동작을 취하고 있다가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 시작되면 이 음악이 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듯 손 끝을 밖으로 움직이면서 서서히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음악에 물 흐르듯 끊임없이 한데 어우러졌다가 다시금 흩어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청아하고 단아한 동작으로 빛나 보인다.
발란신의 안무는 주제와 변주(Theme and variation)라는 음악의 고유한 뉘앙스를 무용수의 몸을 통해 표현했고, 이는 발란신의 음악적 감수성이 얼마나 풍부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특정한 줄거리 없이 진행되는 추상적 작품으로 그 주제나 내용면에 있어 무척 자유스럽다.
예를 들어 이따금 리허설에 참석했던 학생들의 수를 그대로 살려 안무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리허설 도중 넘어져 울음을 터뜨린 학생의 모습을 그대로 안무에 삽입하거나, 수업 중 우연히 일어난 에피소드를 안무에 재연하기도 했다.
기술적 완성도가 뒤지고 무대 경험도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만든 교육용 작품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동작들은 클래식 발레의 기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기본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꾸밈이 없으면서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군무 등은 무척 신선한 느낌을 전달해주며, 푸른 달빛을 상징하는 조명과 물빛 레오타드의 허리 부분에 반투명의 스커트를 연결한 의상은 담백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발란신의 이러한 연출 의도는 바로 발레의 원점을 무용수 신체의 움직임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었다.
가을밤의 정취가 한껏 묻어나는 조명 아래에서 연인이었으면 싶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처럼 우리의 마음을 포근하게도 하고 설레게도 하는 작품이다.

28. 셰에라자드 Sheherazade
S.P.디아길레프가 조직한 발레단인 발레뤼스(Ballets Russes)의 대표적 발레(1막).
음악 :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ii-Korsakov)
대본 : 알렉산드르 베누아(Alexandre Benua)
초연안무 : 미셸 포킨(Michel Fokine)
초연시기 및 장소 : 1910년 6월 4일, 파리 국립오페라극장, 발레뤼스
발레뤼스는 1909년 파리를 방문하여 공기의 정클레오파트라등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이듬해 다시 파리에서 사육제불새와 더불어 셰에라자드를 공연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천일야화를 번안한 것인데, 왕은 후궁의 처첩들을 시험하기 위해 사냥을 가는 체한다. 처첩들은 환관을 매수하여 남자 노예들을 불러들여 흥겹게 놀다가 왕에게 발각된다. 노예들이 처형된 뒤, 불명예를 견디지 못한 왕비가 자살한다.
발레뤼스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천재적인 포킨이 안무하고, 또한 레온 바크스트가 무대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하였으며, 바슬라프 니진스키가 뛰어난 도약으로 남성미를 보여주었다.

30. 아공 Agon
1957년에 안무된 이 발레는 발란쉰 작품 중 음악과 무용 모두 신구 양면의 가장 완벽한 종합체일 것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은 고전주의 발레가 최초로 개발된 16, 7세기 궁중 무용의 성질에 기초를 두었다. 하지만 그런 무용들의 옛 박자나 멜로디를 여전히 들을 수 있는 반면에 소리는 분열되고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동시에 발란쉰의 안무에서는 다수의 낯익은 발레 스텝들을 볼 수 있지만 그것은 너무나 기형적이고 너무나 밀집돼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놀랍고 새로운 인상을 준다.
이 발레는 흑백의 연습복을 입은 12명의 무용수를 위한 무용조곡이며, 무대장식은 없다. 무대는 동작의 형태와 에너지로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팀을 이루어 등장해서 서로서로 춤을 추거나 멋지게 경쟁하며 때로는 특히나 짧은 정점의 빠드듀를 위해 무대가 빌 때 커플을 이루어 춤춘다.
에드윈 덴비는 이 발레를 처음 보았을 때 그 고도로 압축된 스타일과 스피드에서 발생되는 에너지로 말미암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이 발레의 큰 빠드듀에서는 모든 고전주의 밸런스와 써포트의 조치가 과장됐거나 반전된 것만큼 무용수들의 운동열도 위험하거나 관능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남성이 한 가지 제스쳐 속에서 여성의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고 그 여성의 머리를 뒤로 밀어 다리와 만나게 하는 것은 야만적이고도 친밀하다. 여성은 고전적인 아라베스크 자체를 취하고 있고 남성은 그 여성의 발 밑에 드러누워 여성의 축다리를 잡고 돌리면 여성의 다리는 남성의 머리 위에서 오만하게 돌아간다.
아공의 빠드듀에서 발란쉰은 이 발레의 남녀의 역할을 재편집하려는 것 같은데 - 여성은 남성이 조종하는 포옹속에 그대로 남아 있기는 해도 여기서는 19세기 동료들보다 휠씬 더 강하고, 더욱 오만하다. 그러나 비평가 데보라 조윗이 말한 바처럼 주역이든 꼬르의 멤버이든 간에 발란쉰 발레의 남과 여는 음악 안에서 모두 동등했다. 발란쉰에게 음악은 모든 일의 기초이고 영감이었으며, 무용수의 본분은 그 서로 다른 부분들에 형태을 주는 것이었다.

31. 아폴로 Apollo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G.밸런친이 안무한 초기 신고전주의 발레(2장).
음악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대본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초연안무 : 조지 밸런친(George Balanchine)
초연시기 및 장소 : 1928년 6월 12일 파리 사라베른하르트극장, 발레뤼스
스트라빈스키의 현악협주곡 뮤즈를 인도하는 아폴로를 아돌프 볼름이 안무한 발레가 1928년 4월 27일 미국 국회도서관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나 실패한 뒤 같은 음악을 밸런친이 새로 안무한 발레가 같은해 6월 12일 파리에서 초연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후에 제목이 아폴로(Apollo)로 바뀌었다.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음악을 관장하는 태양신인 아폴로가 탄생한다. 아폴로는 선물로 받은 현악기를 능란하게 켠다. 세 명의 뮤즈가 나타나는데, 아폴로는 각자에게 예술의 독특한 영역의 상징을 준다. 나중에 제우스의 부름을 받고 그들은 올림푸스로 간다.
스트라빈스키는 종전의 정열과 관능의 표현에서 벗어나 이 작품에서 정교한 세련됨과 청결한 고전주의를 추구하였다. 초연이 대성한 것은 세르게 리파르의 춤 덕분이었다.

35. 초본 Firstext
이 발레를 위해서 런던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무대는 벽면을 온통 뜯어내 전선과 무대 장치들로 뒤범벅된 백스테이지가 다 드러나 화려함을 보여주는 환상이나 신비함이나 매력이 하나도 없어진 자리가 되었다. 첫 무용수(최초 배역은 실비 기옘)는 혼자 등장했다. 그녀가 우아하게 웅크렸을 때 한 쪽 다리는 이상하게 흔들리는 안테나처럼 한 쪽 다리를 귀 옆으로 해서 앞으로 쭉 내밀었고 길다란 한 쪽 팔은 작은 연결된 시퀸스로 잔물결을 일으켰다. 다섯명의 무용수가 합류했을 때는 수천의 의문스러운 충동이 몰아치듯 복잡한 예상치 못할 패턴으로 사지를 미끄러 뜨리고 곡선을 그렸다. 서로 파트너를 이루었을 때는 두 대의 자동 실톱이 연결돼 정신없는 것처럼 사지를 장난스럽게 움직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자세로 맛물린다. 빠져나갈 곳이 없게 되자 평범하게 우아한 순간이 초점이 되어 정지되며( 세 명의 무용수가 동시에 거행하는 고전적인 아띠뛰드처럼), 그런 다음 소란스런 그룹 활동으로 분리된다.
포사이드 안무의 이 새로운 양상은 오늘날 다수의 현대 안무가들이 선호하는 해방형의 사촌격으로, 이 동작은 무용수의 신체를 통과해 흐르는 듯이 보이며, 특정한 선과 형태로 강요되기 보다는 그 나름의 행동이 흐름을 추구한다. 동시에 고전주의 발레 자세는 무용수 사지의 에너지가 가장 깊은 도관 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서 동작이 소용돌이 칠 때조차 턴아웃된 다리와 쭉 편 발, 그리고 들어올려진 몸통을 통해 가장 자연스럽고 쉽게 흘러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글/ 김긍수<중앙대 무용학과 교수>